죄인들의 이야기 - 원맨 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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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 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2024

 

 

감독: 로버트 로렌즈

출연: 리암 니슨(핀바 머핀), 잭 글리슨(케빈 린치), 케리 콘돈(도이린 맥칸), 키어런 하인즈(빈센트 오시어), 니암 큐잭(리타), 콤 미니(로버트 맥큐)

 

 

'케네스 브레너'감독이 연출한 영화 <벨파스트>(22)에서 69년에 벌어진 영국이 북아일랜드 거주민 지역을 봉쇄하고 탄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폴 그린그래스'감독의 <블러디 선데이>(04)는 72년 1월 평화적 시위에 영국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14명이 사망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건 아무도 그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당시 작전을 지휘했던 인물은 여왕에게 훈장까지 받게 된다. 이 외에도 '짐 쉐리단'감독의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보면 70년 곳곳에서 폭탄 테러가 자행되었으며, 무고한 이가 잡혀 가혹한 심문에 못이겨 거짓 자백을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IRA. 즉, 아일랜드 무장집단은 아일랜드 편에서 무장해방을 선언하지만. 정작 아일랜드인에게도 달갑지 않은 존재로 전락한다. 그들은 무력 시위를 하며 폭탄 테러를 자행하다보니 일반인 사망자도 다수 속출하였으며, 심지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아일랜드 은행을 털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 <로닌>(98)이나 <패트리어트 게임>(92), <데블스 오운>(97), <분노의 폭발>(94) 등에선 IRA가 테러범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IRA가 무장단체이긴 해도 1910년대 말에 결성된 독립군이자 1922년 독립 후 조용했던 이들이 70년대 들어서 테러범 수준으로 간 이유는 그만큼 차별과 압박이 심했기 때문이다. 독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60대 후반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신교도와 구교도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이후 분쟁이 본격화되어 영국 성공회가 아일랜드 카톨릭계 거주민을 박해하고 압력을 행사하게 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스티븐 맥퀸'의 영화 <헝거>(16)에서 IRA 단원인 '보비 샌즈'가 '마거릿 대처'를 향한 옥중 불결투쟁과 단식투쟁 후 81년에 사망한 이후에 겨우 어느 정도 IRA의 요구를 수용해준다. 

그리고 2005년 IRA가 무장 활동을 끝낸다고 공식 선언을 하면서, 더 이상 IRA는 폭력 무장단체가 아닌 정당으로 활동하게 된다.

 

아일랜드 출신의 '리암 니슨'은 <마이클 콜린스>라는 영화로 IRA 지도자 '콜린스' 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영화 <원맨>을 위해 이렇게 긴 역사 서술이 필요한 이유는. 영화 <원맨>의 배경이 74년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조그마한 해변 마을이기 때문이다. 72년 '블러디 선데이'사건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고, 앞서 언급했듯이 IRA가 독립투쟁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내에서도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아 차선책인 존재였을 뿐이었다. 

 

<원맨>도 초반부 장면은 주인공을 맡은 '리암 니슨'의 액션 장면이 아니라 벨파스트에 위치한 한 바에 들어간 두 사람을 없애기 위해 폭탄테러를 저지르는 4명의 혼성 테러범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의도치 않게 폭발물 근처에 있던 아이와 아이 엄마도 함께 희생시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들은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도망친 작은 해변 마을에서 일행 중 한 명이자, 일행의 리더인 '도이린'의 동생이 한 소녀를 학대함에도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눈 감아 버린다. 

 

그리고 그들의 행위로 인해 무고한 이가 희생 당했음에도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음이라 판단한다. 

분명 이들의 가치는 거대한 아일랜드 독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과는 반대로 작은 해변 마을에서 책 관련 일을 하며, 사람 좋은 인상과 웃음으로 마을 사람과 금세 친해지고. 옆집 이웃과도 친분을 쌓는 '핀바'. 심지어 그는 GARDA(아일랜드 경찰조직)인 '빈센트'와 총쏘기 내기를 하며 하루 하루를 유유자적 보낸다. 

또한, '모야'가 당한 폭행의 흔적을 알아차리고 분노하고 응징하고자 마음 먹는다. 

 

'리암 니슨'이 출연한 다른 여타의 <테이큰> 같은 액션물로 생각하고 이 영화를 접한다면 낭패다. 그런 가벼운 영화가 아니다.

 

 

이렇게 보면 응당 '핀바'는 선의의 정의로운 인물이고, IRA 단원들은 앞뒤 가리지 않는 악당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핀바' 역시나 선의의 정의로운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오래 전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일랜드인인데.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과 함께 싸우기도 애매하고, 독일과 함께 싸우기도 애매해서 중립을 선언한다. 하지만, '핀바'는 참전함으로서 적이라 볼 수 있는 영국과 함께 싸웠다는 것이다. 즉, 일제강점기 시절에 조선인이 군에 지원하여 일본군과 함께 싸웠다는 것이다. 

심지어 '핀바'는 전쟁을 치르고 왔으나 정작 사랑하는 이는 세상을 떠나버리게 되고, 이후 그는 살인청부업을 하며 돈을 받고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즉, '핀바' 역시 무엇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과거를 가진 존재인 것이다. 

 

이는 아일랜드 입장에서 봤을 때, '핀바'와 IRA 애들은 결국 오십보백보인 별반 차이가 없는 존재들임을 보여준다. 영화의 원제가 <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임을 확인한다면 '핀바'와 '도이린' 일행은 '성자'와 '죄인' 모두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 봤을 땐, '핀바'는 사람 좋은 동네 아저씨이고 '도이린'일행은 아이도 서슴없이 죽이는 무자비한 테러범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론 청부살인을 오래도록 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핀바'이며,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활동하는 투사이자 동생을 끔찍이 아끼면서 희생을 최소화시키려고 노력도 하는게 '도이린'일행이다. 

 

인간이란게 언제나 그렇듯이 완벽하게 하나만 추구할 순 없다. 누구나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 그렇기에 겉으로 드러난 면과 다른 행동을 보이곤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겉만 보고 판단하곤 한다. 그 예시가 바로 젊은 청부살인업자인 '린치'다. 그는 초반 등장씬부터 이해 못할 젊은이로 등장한다. 예의도 없고, 심지어 '핀바'와는 달리 여성도 가리지 않고 수락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의 과거를 가지고 있고, 캘리포니아로 가서 좀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일반적인 젊은이와 하등 다를바가 없는 인물이었다. 또한, 의리까지 챙기고 있는 인물이었다. 

 

'성자'와 '죄인'의 땅에서 한낱 '죄인'들이 엎치락뒤치락 거리면서 싸운다. 하나 같이 모두 '죄인'임에도 자신들의 명분을 내세워 조금이나마 '죄인'의 신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결국 그 어느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한다. 이는 당시 아일랜드 내에서 어느 누구도 '죄인'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 '빈센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지만 모르는 척 눈감았으며, 이웃집 여성은 시시콜콜 캐묻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줬다. 

이 땅 위에 '죄인'만 있는 것이 아닌 그런 '성자'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때도,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원맨
전설의 킬러, 그가 다시 돌아온다! 과거를 묻고 은퇴하는 베테랑 청부살인업자. 테러리스트들이 그의 마을에 들이닥친다. 게다가 어린 소녀를 학대하는데… 지킬 것이 생겼다. 정체가 탄로났다. 처음으로 남을 위해 다시 총을 드는데…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평점
6.8 (2024.09.04 개봉)
감독
로버트 로렌즈
출연
리암 니슨, 케리 콘돈, 데스몬드 이스트우드, 코너 맥닐, 시아란 힌즈, 니암 쿠삭, 잭 글리슨, 콤 미니, 사라 그린

 

 

◎ 제 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다.

◎ 배경이 아름답다. 여행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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