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성채: 무법지대 九龍城寨之圍城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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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성채: 무법지대 九龍城寨之圍城 Twilight of the Warriors: Walled In, 2024

 

 

감독: 정 바오루이

출연: 임봉(찬록쿤), 고천락(사이클론), 홍금보(미스터 빅), 임현제(딕 차우), 유준겸(신이), 장명요(AV), 호자도(열두도), 오윤룡(킹)

 

 

1997년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 1993년 홍콩의 어두운 상징인 건물이 철거되었다. 철거된 건물은 하나의 성을 이루고 있어서 '구룡성채', 혹은 '구룡채성'이라 불리었던 곳이다. 

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1980년대의 홍콩을 배경으로 '구룡성채'에서 살아가던 이들과 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을 다룬 영화다. '여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대체로 액션이 현대 활극보단 무협 액션에 가깝다. 실제로 극 중 '킹'이 사용하던 무술은 <황비홍 2>에서 백련교가 사용하던 무술이기도 하고. 

 

내용은 밀항하여 홍콩에 들어온 '찬록쿤'이 '미스터 빅'과 '킹'에게 속아 도망치던 중 '구룡성채'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이클론'의 비호 아래, '신이', 'AV', '열두도'와 친해진다. 하지만, 정부는 무법지대인 '구룡성채'를 철거할 계획을 발표하고. 여기에 '미스터 빅'이 개입하게 된다. 심지어 '찬록쿤'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구룡성채'의 주인인 '딕 차우'와도 얽히게 된다.

 

 

 

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80년대 배경의 무협 활극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무협 활극에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포커스를 두고 있는건 80년대 홍콩에 대한 향수다. 

'구룡성채'를 '홍콩'과 동일화 시켜 중국 땅이지만, '홍콩'만의 특수성을 가진 공간을 홍콩 땅에 있으나 '구룡성채'만의 특수성을 가진 공간과 일치시킨 거다. 게다가 80년대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밀입국자가 많던 시기로 끊임없이 충돌이 일어나곤 했다. '구룡성채'는 수많은 밀입국자와 본토인, 홍콩인이 뒤섞여 살던 곳으로 영화는 '구룡성채'를 '작은 홍콩'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은 '홍금보', '고천락', '임현제'등을 통해 구세대와 '임봉', '유준겸', '장명요', '호자도', '오윤룡'등의 신세대로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다. 구세대는 초반대를 장악하고, 신세대는 후반대를 장악하면서 신구 세대의 교체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이는 홍콩 영화가 구세대로 부흥했던 것을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거라는 '장 바오루이'감독의 희망찬가다. 

확실히 영화는 후반부에 액션씬 분량을 몰아 넣어 다음 세대 배우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데 매진한다. 구세대는 초반대에 활약하면서 자연스레 바통을 넘겨주는데 헌신한다. 

 

영화는 홍콩이라는 공간에서 옛 향수와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짚고 나가며, 홍콩의 영화 미래가 밝음을 제시한다. 이는 영화의 결말을 봐도 알 수 있다. 곧, 성채가 무너지더라도 그들은 미래를 다짐하기 때문이다. 

 

 

 

이 희망찬가는 '구룡성채'를 통해 그려나간다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구룡성채'가 실제로 무법지대였고, 많은 불법이민자들이 섞여 숨어 살던 곳이다. 당시에는 현지인들에게 골칫덩어리였고, 외국 여행객들에겐 독특하고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영국이 중국에게 홍콩을 돌려주기 전에 '구룡성채'를 헐어버린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들의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 공간이었던 만큼, 현재의 '홍콩인'들에게 '구룡성채'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있을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영화를 통해서 본다면 결국 '사람 사는 곳'었고, 더불어 지금은 사라진. 그 당시를 추억하며 소환시킬 수 있는 공간인가 보다. 

 

굳이 많은 장소 중에서 이 장소가 향수의 배경이 될 수 있느냐는 타국인인 나로선 알 수가 없지만. 홍콩인들에겐 또 다른 느낌이었나 보다. 

 

 

 

하지만, 그런 향수든 뭐든 떠나서. 영화 자체로 본다면 나름 과거를 끄집어내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선 장점일 수 있겠지만. 액션물이라고 하기엔 당시 '구룡성채'에 살던 이들을 소환시키는데 더 집중한 중반부 덕분에 다소 루즈해진다는 경향이 있다. '찬록쿤'의 출생의 비밀도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고, 긴박감이 몰아칠 정도의 흡입력 있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라서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 액션도 후반부에 몰아넣긴 했으나, 과장된 묘사가 많아서 진지하게 봐주기도 힘들 정도다. 무협 액션이라는 건 알겠고, 칼 들고 싸워도 이해하는데. 그 와중에 총기 난사는 대체 뭔가 싶기도 하고. 

 

분명히, 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과거의 향수에서 희망을 바라보고, 신구세대의 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 그리고 정말 앞으로 어느 정도, 일말의 기대는 생긴다는 점은 있겠으나. 영화 자체의 재미는 홍콩인도 아닌 본인으로선 그렇게 와닿는 것도 없고, 늘어지기만 할 뿐 긴장감도 없는 액션씬이 썩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였다. 

 

가장 큰 문제는 중반부까지 활약했던 구세대의 액션과 배우들의 매력이 후반부의 신세대 배우에게선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일지도. 

 

 

# 곽부성은 특별출연 수준이다. 

# 80년대 배경이면, 80년대 무협영화 스타일로 '소도회서곡(小刀会组曲)' 음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온다. 분위기도 안 맞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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