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티모 차얀토
출연: 오로라 리베로(13), 크리스토 이마누엘(재키), 알리 피크리(몬지), 하나 말라산(움브라)
자신의 과거의 과거도 희미하고 자신의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여성. 그녀는 이름대신 '13'이라는 코드네임을 부여 받았다. '13'은 일본에서 임무 수행 중 실수로 일반인을 살해하게 되고, 그 순간 충격으로 임무를 실패했단 성적을 받으며 자카르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데.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소년 '몬지'의 집에 누군가가 쳐들어 왔다. 하지만, 못 본척 넘어간 '13'은 다음 날 '몬지'의 엄마가 죽은 것을 알게 되고. 우연히 소년과 대화를 하다 소년이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는걸 알게 된다. 그리고 소년이 집에서 사라진 날 소년을 찾으러 추적해 나간다는 이야기가 바로 영화 <섀도우의 13>의 기본 줄거리다.
그리고 서브 줄거리이자 다음 속편을 예고하는 이야기가 '섀도우' 본사에서 직원 관리를 잘 못해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데. 그 수습에 '13'도 포함되어 '13'은 제거될 위기에 있다는 것.
<밤이 온다>(18), <헤드샷>(16)등을 연출한 '티모 차얀토' 감독은 인도네시아 감독 중 액션 영화에 진심인 감독이다. 물론, 액션 장르에선 '가렛 에반스'도 있으나 다소 둘의 액션 성향 결이 다른데. '가렛 에반스'는 무겁긴 해도 적당히 오락 액션영화 정도의 결을 보인다. 그에 비해 '티모 차얀토'는 무겁다 못해 처절하다. 그리고 그 처절함은 고어 액션으로 드러낸다.
'티모 차얀토'감독의 영화에서 결말까지 이르면 주인공이든 누구든 얼굴 성한 이가 한 명도 없다. 당장 안 죽은게 더 신기해 보일 정도로 처참해진다. 대신 상대방은 슬래셔 영화의 한 장면 마냥 어떻게든 썰리고 잘리고 뚫리는 등. 액션영화에서 죽을 수 있는 (그것도 피를 내 뿜으며 죽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죽어나간다. 당연히 사방에 피를 뿌려 놓고.
그렇다보니 '티모 차얀토'감독의 영화들은 나름 일관성이 있는 편이고, 이번 넷플릭스 신작 영화 <섀도우의 13> 또한 그의 영화답게 시종일관 피를 튀기고 사지가 찢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나 결말에 이르러선 주인공의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고.
그런데 '티모 차얀토'감독의 이런 일관적인 액션 스타일은 나름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들을 만나보기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이런 쌈마이 영화들을 대체 어디서 보겠는가. 인도네시아인들이 닌자마냥 움직이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어색하고 웃긴데. 애네들은 시종일관 진지하다.
단 이틀 밖에 알지 못한 소년을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이 부분은 뒤에서 설명하겠다)을 하면서 범죄 조직 일당들을 궤멸 시킨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지만, 극중 인물들은 역시나 마지막까지 진지하다.
결국 이 영화는 이런 재미로 보는거다. 말도 안되고 어이 없지만, 그래도 처절하게 싸우고 피를 분수처럼 뿜는 모습을 보는 그런 재미.
여전히 감독만의 단점으로 꼽히는 서사의 개연성 문제는 이번에도 드러난다. 심지어 이번 이야기엔 두 가지의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러닝타임이 길어졌지만. 그렇다고 이 두 이야기가 서로 곁가지로 맞물린다거나 혹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두 이야기 모두 개연성도 없고, 여전히 두 이야기를 한 번에 할 이유가 있나 싶긴 하지만. 일단, 속편을 염두해 둔 결말을 보면 나름 1편에 우겨넣은 후에 2편부터 본격적으로 싸워보겠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도 지루할만큼 액션씬이 많고 길었는데. 2편에서 본격적으로 싸우면... 그건 또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2편에서 어느정도 대등한 존재가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번 작품에선 '13'이 당해도 그냥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구실로 당한 느낌이고. 밸런스도 엉망이었던터라. 속편에선 손 좀 봐줬으면 한다. <레이드>처럼.
아, <레이드>는 '가렛 에반스'꺼니... '티모 차얀토' 영화 중에선...
없구나.
그냥 알아서 무사히 잘 나왔으면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이틀 밖에 만나지 않은 소년을 덥석 찾으러 가는 이유는.
결국 '13'의 자기 면죄부에 있다. 이미 일본에서 원치 않는 민간인 희생을 냈던 그녀에게서 다음 임무를 재촉하며 기다리지만 조직에선 계속 기다리라고 한다. 그녀에게선 잃어버린 과거도 되찾아야 하는데, 또 다른 트라우마가 생길 일까지 만들었다.
그 와중에 소년 '만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술에 취한 엄마와 함께 있는 소년을 본 날이 처음 본 날이다.
'13'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단편적인 기억 속의 그녀는 분명 '엄마'이고.
결말에 이르러선 반쪽짜리 면죄부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했고 나름의 안정을 찾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엄마와 자신의 소중한 관계들을 깨닫게 된다.
이는 모든걸 훌훌 털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마디로 속편 제작을 위한 초석인 셈.
이번 작품이 두 개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그러면서 많이 싸운다만...) 하는 이유는 속편을 위해서인데. 일단, 속편 제작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반응이 좋으면 바로 속편 제작에 들어갈텐데. 그 전에 '티모 차얀토'감독은 <노바디2> 연출을 맡은 상황이라 이 영화의 속편은 언제 나올지 알 수가 없다.
★★★ - 그럭저럭 볼만한 선혈 낭자 액션물.
'영화 이야기 > - 아시아 영화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룡성채: 무법지대 九龍城寨之圍城 2024 (4) | 2024.10.26 |
---|---|
전, 란 戰, 亂 Uprising, 2024 (2) | 2024.10.19 |
갈팡질팡하는 탈주극 - 탈주 Escape, 2024 (5) | 2024.09.28 |
생각보다 답답하게 달리는 - 킬 Kill 2024 (1) | 2024.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