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상만
출연: 강동원(천영), 박정민(종려), 차승원(선조), 김신록(범동), 진선규(자령), 정성일(깃카와 겐신), 조한철(이덕형)
이례적으로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 OTT 업체인 넷플릭스의 <전, 란>이었다. 유럽의 영화제에 비해 OTT에 대한 규제나 반대입장은 거의 없는 국내라서 가능했던 것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 참여한 제작진 중 한 명이 바로 '박찬욱'감독이란 점도 있었을 것이다.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불러모았던게 '박찬욱'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다는 영화였으니깐. 게다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고, 최근 <헤어질 결심>까지 보더라도 그의 디테일은 나날이 살아났으니깐.
여기에 '강동원'과 '박정민'이 호흡을 맞추고, <심야의 FM>(10)을 연출했던 '김상만'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쯤되면 개막작으로 선정되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떠한가. 중요한건 '박찬욱'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거지 연출을 맡은건 아니니깐.
내용은 임진왜란 전 후를 배경으로 전쟁(戰)과 백성들의 난(亂)을 다루고 있다. '전'과 '난' 사이에 쉼표가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임진왜란 7년을 건너뛰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주인공 '천영'과 '종려'의 이야기를, 그리고 7년을 스킵한 후 임진왜란 후 '천영'과 '종려'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조'가 곁가지로 붙는다.
무사집안의 외아들 '종려'는 몸종인 '천영'과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을 다지지만. 세상은 계속해서 그들을 엇갈리게 만들어 결국 서로 오해를 쌓게 된다.
생각보다 뻔한 이야기에 별 내용이 없다. 그냥 두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종극에 이르러서야 서로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 사이에 '선조'는 백성을 놔두고 도망칠 궁리를 하거나 어떻게든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철없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일본군의 수장인 '겐신'은 '천영'과 한차례 싸움을 한 후, 다시 마지막에 붙게 되는데. 그냥 '천영'과 '종려'가 이루어질 수 없는 우정을 위해 등장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 이상은 없다.
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선조'와 '겟신'은 다소 노골적인 역사문제를 되짚어보긴 한다.
어쨌든 '천영'과 '종려'의 이야기는 단순하고 둘 사이가 그리 깊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냐면 마지막에 '종려'가 '천영'의 말 한마디에 생각을 고쳐먹는 모습이 전혀 와닿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둘 사이의 밸런스도 맞지 않아서 '천영'이 너무 막강하게 나와 일방적으로 '종려'의 행동엔 응당 당위성도 없고, 그렇다고 뭔가 위협적이지도 못해 '천영'에게 끌려가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둘 사이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아쉽다.
대신 영화는 두 주인공 만큼 주변의 인물들에게도 매력을 선사하고, 액션 시퀀스에 많은 부분 할애한다. 두 주인공의 단점을 다른 방향으로 상쇄시키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런데 이게 잘 먹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그럭저럭 볼만한 재미를 선사하긴 하지만, 여전히 극을 이끌어야 하는 두 인물의 서사나 매력이 떨어지니 속 빈 강정마냥 보게된다.
그래도 재미있는건 '박찬욱'감독의 센스가 각본에서 드러난다는거다. 적당히 웃겨주면서 하고 싶은 말을 각 캐릭터들을 통해 드러낸다. '선조'를 통해선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일제 청산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통역사는 마지막까지 웃음을 준다. 전쟁과 난 속에서 결국 호위호식하는 이들은 전쟁을 이용한 이들이었으며, 전쟁과 난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이야기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다.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닌지라 가볍게 봐도 무방할 정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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