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 다니엘스
출연: 앤드라 데이(에보니 잭슨), 글렌 클로즈(알버타), 케일럽 매클로플린(네이트), 데미 싱글턴(샨테 잭슨), 모니크(신시아 헨리), 안소니 B. 젠킨스(안드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딜리버런스>는 2011년 인디애나에서 벌어진 '라토야 애먼스'가족의 사건을 기반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긴 했으나, 허구적 맥락이 더 많이 보이긴 한데. 어쨌든 '라토야 애먼스'가족의 사건은 나름 유명했던 듯.
<프레셔스>를 연출했던 '리 다니엘스'가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일단 장르적으로 오컬트 호러물에 속한다.
하지만, 호러물의 요소가 약한게 이 영화의 흠이라면 흠이랄까.
남편과 이혼 중에 멀리 파병나간 상태인 '에보니'는 인종이 다른 백인 어머니 '알버타'와 세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간다. 그곳에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지만, '에보니'는 술을 끊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과거의 트라우마가 그녀를 수시로 괴롭힌다. 그러던 중 세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상한 일을 벌이게 되고. 점점 뭔가가 있다고 믿게 되는 '에보니'. 이후 '알버타'마저 당하게 되면서 '에보니'는 마음을 굳히기로 한다는 내용.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 설정은 흔하디 흔한 '이사간 집이 이상해요'라는 식의 고스트 하우스물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가족의 막내가 항상 먼저 남들이 보지 못한걸 보고 들으며 조금씩 균열이 간다는 전개가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다. 앞서 말한 전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특이할 점은 두 가지인데.
먼저는 이들을 헤치려는 악령보다 현실 문제가 더 무섭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마땅치않고, 전남편에게 손을 벌리고 싶진 않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암 환자라 돈이 많이 들어간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원하는 것들이 있고.
술에서 벗어나고 싶은 '에보니'이지만 벗어나기 힘든게 현실이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고개를 절래절래한다.
그렇다보니 극중 등장하는 악령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 영화는 악령이 등장해서 판치기 전부터 가난과 폭력의 현실에서 몸서리치게 만든다.
이쯤되면 그냥 악령이 돈 한 푼 쥐어주며 도와줄것 같은데. 그래도 영화는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하고 하려는 말이 있으니 일단 악령이 등장하긴 한다만... 중반 이후부터 슬슬 기어나오는 악령이 전혀 무섭지가 않다. 우리에겐 우리에게 맞닿아 있는 현실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오컬트 물이자 엑소시즘 물은 대체로 카톨릭 신부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 영화에선 개신교 목사가 등장한다. 개신교는 카톨릭에 비해 영상 매체에서 보기 드문데, 이 영화는 특이하게 목사가 등장하고 주 종교가 개신교다. 개신교의 축귀는 카톨릭의 구마와 좀 다르긴 한데. 그래도 이 영화에선 목사라는 타이틀이 있을 뿐, 성수도 뿌리고 해서 비슷한 느낌을 선사하긴 한다. 그래도 개신교 축귀는 의외이긴 하다.
그런데 독특한 두 가지를 떠나서 당장에 첫 번째 특징은 이 영화에 별 도움이 되진 않는다. 공포나 긴장감을 밀도있게 높여주는 설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에보니'가족이 겪는 현재 문제가 종교적 구원(deliverance)으로 넘어갈 수 있게 밑거름을 해줄 수 있을지언정, 그 이상을 해주지 못해 장르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개신교 목사는 아무래도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종교이기 때문일 것 같은데.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된 인물들은 모두 여성이다. 남성은 변두리에 빠져 있고, 이 영화에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그 영향력이 선하든 악하든 간에 절대적인 보호자가 되어야 할 남성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인 여성은 같은 여성에게 의지하는게 더 편하고, '에보니'를 이해하는 이도 비슷한 공감형성대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보호사 '신시아'처럼.
자, 그러면 여성이 종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카톨릭보다 개신교가 편하다. 카톨릭에서 구마의식은 오직 남성의 특권 의식이기 때문이다. <프레이 포 더 데블>(22)에서 수녀의 구마의식에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녀가 구마의식에 참여한 것도 본 적이 없고.
덕분에 여성들만의 연계와 개신교 엑소시즘인 축귀도 볼 수 있는 영화이긴 한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호러물로서 긴장감을 올려주지도 못하고, 힘든데 더 힘들게 하는 악령이 야속하기만 할 뿐. 그 이상은 없어서 장르물로선 선뜻 추천하기 힘든 영화다.
물론, 해피엔딩이고 여타의 호러물처럼 속편을 예고하는 식의 어정쩡함으로 끝내지 않아 결말은 깔끔해서 좋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 그 중 '에보니'역의 '앤드라 데이'의 연기가 상당히 좋은데다가 '글렌 클로즈'는 기본은 항상 해주니 더 할 말이 필요가 없어서 결말 방식과 배우 연기만큼은 참 좋다만. 이 두 가지로 이 영화 전체의 재미를 끌어 올릴 수는 없기에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큰 영화다.
뭔말 하려는건지도 알겠고, 그런 과정이 나쁘진 않은데. 뭔가 적당함이 없으니 최종적으로 생활고와 악령의 밸런스 조율이 실패했다.
★★☆
'영화 이야기 > - 서양공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틀쥬스 비틀쥬스 Beetlejuice Beetlejuice 2024 (2) | 2024.11.11 |
---|---|
아카디안 Arcadian 2024 -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괴수물 (0) | 2024.10.29 |
정신없게 재미있는 - 왓츠 인사이드 It's What's Inside 2024 (1) | 2024.10.14 |
편견과 연대, 그리고 이를 비틀어 보는 장르적 재미 -바바리안 Barbarian 2022 (0) | 2024.10.12 |
배우만 남은 영화 - 디즈니+ 숨을 멈추고 Hold Your Breath 2024 (3) | 2024.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