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Light Shop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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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부터 12월까지 카카오웹툰을 통해 연재한 '강풀'의 <조명가게>는 디즈니+에서 <무빙>에 이어 실사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독특하게도 <무빙>에 이어 '강풀'이 극본을 맡았으나, 연출은 <무빙>에 출연했던 배우 '김희원'이 맡았다. 보통 배우가 메가폰을 잡게 되면 으례 영화를 맡곤 하는데. 배우 '김희원'은 드라마 연출을 맡았다. 연출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김희원'배우의 첫 연출작이기도 한 드라마 <조명가게>는 공개된 시점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와 시청율을 올렸다. '김희원'배우의 성공작이기도 한데. 
'김희원'배우 본인이 연기를 했었던 덕분인지 이번 작품에서 각 배우들의 연기지도에 많은 힘을 쏟은 느낌이긴 하다. 그 외에 연출은 무난한 편이고, 편집은 아무래도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보니 원작을 보지 않고선 많은 인물들이 중심점없이 산개하여 등장하여 산만한 느낌이 크다. 한마디로 연출과 편집에 있어선 '김희원'배우. 아니 '김희원'감독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느낌이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김희원'감독 나름대로 산만했던 인물들을 중반 이후부터 한데 모으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김희원'감독은 초반부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오래도록 질질 끌지 않고 중반부에 바로 제시하면서 늘어짐을 막고, 그 다음 상황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잘 배분하였다. 
아무래도 바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물로서의 강점은 약화된다. 감독이나 '강풀'작가도 그걸 아는지 중반 이후엔 드라마에 심혈을 기울인다. 

 

조명가게

 

 

조단역부터 열심히 활동한 '김희원'감독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강풀'작가의 원작과 극본의 힘이 더 커보여서 그의 연출력이 안보이는 듯 하지만. 세세하게 부분적으로 파고들면 나름 각 인물들의 연기 디테일이나 소품 활용 등에서 빛을 보여준다. 
유산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형사의 아내와 형사와의 대화에서 중간중간의 대사 전달 타이밍을 둠으로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픔을 전달하고, 조명가게 사장인 '원영'과 대화할 때도 유산됨을 이야기하면서 마시던 컵을 시간 차를 두고 내려놓는다. 이로서 장면의 상황과 형사의 심정 등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포인트로 이 장면 자체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그 외에 '현민'과 '지영'의 전개는 다른 인물들보다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이끌어줘 원작보다 나은 연출 묘사를 보여준다. 

 

하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건 아니다. 이는 극본을 맡은 '강풀'에게도 있는데. 
원작에 비해 '양'형사의 이야기가 대폭 비중이 커져서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소폭 줄어든다. 그중에 큰 서사가 없었던 골목길을 걷는 '지웅'이 여러모로 피해를 받는다. 실사 드라마에서도 원작 이상의 비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해'와 '혜원'의 관계는 원작에서 보여준 두리뭉실함을 지우고 뚜렷한 관계로 드러내지만. 정작 '선해'가 초반에 겪는 미스터리 공포물의 장르적 재미는 제대로 끌어올려주질 못한다. 원작보다 못한 연출로 빠르게 미스터리가 해소되고, 어떠한 공포적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한다. 
오히려 '선해'와 '혜원'의 관계는 공포보단 드라마에 더 충실하게 그려져 딱히 나아진 것도, 나쁜 것도 없는 애매한 포지션을 낳고 말았다. 

 

조명가게 배성우

 

 

중반에 모든 상황을 제시하고, 후반부에 드라마로서 인물간의 갈등을 푸는데 주력하는데. 이게 문제는 신파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나름 '김희원'배우가 신파에 깊게 파고들진 않지만, 모든 흐름이 신파쪽으로 연결되니 후반부는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크다. 
캐릭터 비중도 원작과 달리 가는 점은 문제가 없지만, '강풀' 유니버스를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다듬다보니 '양'형사 이야기는 아예 에피소드 하나를 따로 떼어내주고 있는데다가 가뜩이나 산만한 구조인데, 더 산만함만 느껴지게 만든다. 

 

그렇다보니 디즈니+의 실사 드라마 <조명가게>는 좀 애매한 느낌이다. <무빙>이 올곧게 직진하는 스타일이라면 <조명가게>에선 유니버스를 위해 가다듬는 느낌이 커서 재미도 장르적 쾌감도 다소 떨어진다. 
그저 <조명가게>가 원작보다 나아진 점은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 원작에서 말하지 못한걸 제대로 말해준다는 것 정도 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명가게>는 '강풀'의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봐야 하는 작품이 되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강풀'유니버스'를 위한 초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마지막화의 쿠키영상을 통해 알 수 있는데다가 '양'형사의 비중을 원작과 달리 크게 키웠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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