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The Trunk,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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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익사체와 트렁크가 발견되고, 경찰은 조사에 착수한다. 
한편, 아내 '이서연'(정윤하)으로부터 이혼당한 '한정원'(공유)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약물에 의지하는데, '이서연'은 대신 MN이라는 기간제 결혼을 주선한다. 단 1년 동안 '이서연'이 고른 배우자 '노인지'(서현진)와 함께 살아야 하는 '한정원'. 하지만 어색한 분위기만 감도는 가운데, 우연한 사고로 '한정원'은 '노인지'와 가까워진다. 한편, '노인지'는 5년 전에 도망간 연인을 기다리는데, 그보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스토커 '엄태성'(김동원)이 먼저 그녀를 찾아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김려령'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트렁크>는 <우리들의 블루스>의 '김규태'감독이 연출을 맡고, <화랑>의 '박은영'작가가 극본을 맡은 작품인데. 
극중 '한정원'과 '노인지'만 보면 분명 서로의 상처를 메워가며, 함께하게 되는 로맨스물이다. 둘만 등장하면 이쁜 배경과 함께 서로 차가운 태도가 뒤로 갈수록 부드러워진다. 서로를 좋아하기에 다치지 않길 바라며,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데. 

신기한건, 이 둘을 따로 떼어놓으면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에 여러 분위기의 장르를 쑤셔 넣은 느낌이다. 이렇게 된건 순전히 '노인지'와 '한정원'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다. 전반적으로 이 이야기는 초반에 의문의 트렁크와 신원미상의 익사체가 나옴으로서 범인이 누구인지. 그는 어떻게 왜 죽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필요로 한 듯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에서 이 사건에 대한 언급과 문제는 곁다리 에피소드로만 풀어내고 있다. 

 

 

곁다리식으로 풀어내는건 '엄태성' 뿐만 아니다. '노인지'와 '한정원'을 둘러싼 다른 주변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두 주인공을 위해 오직 기능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그에 따른 분위기 변화와 장르적 변화도 기능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니깐 미스터리 멜로 추리 범죄가 모두 들어가 있는데 한데 엮여서 서사를 쌓아올리는게 아니라 각각 '한정원'과 '노인지'에게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편리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뚝뚝 끊기기 일수다. 배경과 인물이 바뀔 때마다 장르가 달라지니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대체 핵심 장르가 뭔지, 몇 편의 드라마를 한 번에 본건지 어지럽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처럼 일관된 분위기로 흘러가야 할텐데, 그런 분위기를 유지시키지 못한다. 애초에 너무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고, '한정원'과 '노인지' 또한 각자의 서사가 따로 존재해서 공통된 서사와는 별개로 움직이는게 많아 일관성을 저해시킨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최악인가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니다. 
극중 '노인지'와 '한정원'의 호흡이 좋고, 둘의 드라마가 좋다. 서로의 트라우마를 커버해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과정 속에서 '한정원'과 '노인지' 둘 모두 성장해나간다. 그 중에서도 '한정원'이 얻어가는 점이 더 많아 보이긴 하지만. 결말에서 둘의 삶을 보면 초반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에 드라마에서 이 두 캐릭터 만큼은 주인공답게 확실히 자기 밥그릇을 챙겨 나감을 알 수가 있다. 

그 외 주변 서사는 다소 얼기설기로 엮여 있다보니 한공간에 있는 느낌이 덜하긴 해도, 마지막에 범인이 누구인지, 대체 어떻게 사건이 벌어졌는지 등을 알려줘서 그 정도만 얻어가도 무난하단 생각. 

결국, 드라마 <트렁크>는 두 주인공의 힘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배우의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을 만큼 작중 두 배우의 위치는 매우 크게 느껴진다. 
아쉬운 점이 많고, 계약 결혼이라고 하지만, 그냥 달리 보면 계약 성매매 느낌도 들어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만. 
두 배우의 팬이라면 묘하게 끌리는 재미로 즐길 수 있는 드라마다. 
물론, 두 배우의 팬이 아니라면 다소 힘겨운 주행을 겪게 되거나 중도하차할 확률이 높지만. 

 

 
트렁크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
시간
금 (2024-11-29~2024-11-29)
출연
서현진, 공유, 정윤하, 조이건, 김동원, 주민경, 홍우진, 차승원, 정경호
채널
Netflix

★ ★ ☆ - 두 배우가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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