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시 : 리거모티스>는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가 제작을 맡고, 가수 겸 배우인 '주노 막'이 각본과 제작, 연출을 맡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제목이 되는 '강시'나 '리거모티스(Rigor Mortis)' 모두 같은 말입니다. '리거모티스'의 뜻이 사후경직이므로 이미 사후경직이 되어 움직임이 원할하지 않고 콩콩 뛰어다니는 강시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죠.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리거모티스'는 영화 내적으로도 적용되는 단어입니다.
<강시 : 리거모티스>는 일단 영화 자체가 상당히 암울합니다.
'시미즈 다카시'가 제작을 맡아 더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영화 전체 이야기가 과거 찬란했던 노스텔지어를 잊지못한 한 인간의 기억과 상상에 의존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공포가 가미되어 더욱 분위기가 음산해졌습니다.
한 때 잘나가던 배우였던 '전소호'는 홀로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되고, 그곳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중 오히려 귀신에 씌이게 됩니다. 그 때 나타난 두 명의 도사 덕분에 살아남은 '전소호'. 결국 그는 자신이 묵는 2442호가 오래 전 '펭'이 살던 집이었죠. 하지만 남편이 이웃집 자매를 과외하던 중 겁탈을 하려했고, 이에 두 자매는 남자를 죽이고 둘도 같이 죽게되죠. 이후 '전소호'가 머무는 집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텅'은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도중 낙사하고, '무이'는 자신의 남편을 되살리고자 '구씨'에게 사술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치닫게되죠.
<강시 : 리거모티스>는 일단 간만에 보는 강시영화라는 점에서 반가운 영화이며, 무엇보다 한 때 한국과 일본까지 그 위세를 떨쳤던 강시 영화 <강시선생>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당시의 영광을 지금은 뒤로하고 쓸쓸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이야기 전체를 음울함으로 뒤바꿔놓죠. 또한 영화의 주인공인 '전소호'를 본명 그대로 내세우면서 한 때 강시 열풍으로 화려했던 과거를 대비시켜 놓습니다.
'구씨와 '유씨'를 통해 도교술법과 '구씨'의 도교의 모산술법 중 사술로서 강시를 만드는 법도 나오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가 노스텔지어의 향연인지라 실질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까진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그 동안에는 한 때를 풍미했던 그들의 자조 섞인 대사로 일관되죠.
여기에 이야기가 결말부로 가면 전체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는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죠.
영화는 '전소호'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결말에 다다르면 그 모든게 '전소호'의 기억과 상상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가공의 세계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전소호'가 얼핏 본 아파트 주민들을 통해 사후경직이 되어가는 순간에 스스로 옛 기억을 더듬어 화려했던 과거처럼 화려하게 죽음을 맞이하고자 했던거죠.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그가 바라보는 사후경직 동안의 시점이나 경직이 되어가는 가운데, 가족에 대한 상상 등 쉬운 설명보단 다소 난해하게 풀어쓰는 흔적이 있다는 것은 분명 단점입니다. 일단 공포감을 더하기 위해서 일부러 피를 과다사용하면서까지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고선 결말부분에선 엉뚱하게 아들이 버젓이 등장하죠.
애초에 과거에 아내와 아이 곁을 떠났음을 다른 표현방식으로 전달해도 되었을텐데 말이죠. 기껏 모두 죽었다고 생각할 찰나에 살아있다는 황당함. 반전을 너무 깊게 생각한게 문제죠. 또한 역순행적 구조로 초반부터 결말 이야기를 해놓고선 결말 이후에 또 다른 결말을 둔 점은 스스로 반전에 대한 너무 심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음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적당한 재미와 한 때 강시영화의 선두주자였던 이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임정영'과 '허관영'의 모습도 얼핏 볼 수 있죠.
이들이 함께했던 지난 날은 무적이었고, 어떤 강시든 귀신이든 해프닝으로 웃고 넘기면서 처리할 수 있었던 때입니다.
강시가 사라지면서 도사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결국 이를 제압할 이들이 없어진 이 때 '전소호'는 최대한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다시 돌아올지도 모를 옛 영광을 위해서 말이죠.
역순행적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실상 알고보면 액자식 구성일지도 모르는 이야기. 게다가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뻥이 되어버리는 놀라운 이야기의 영화 <강시 : 리거모티스>는 그래도 강시영화 팬들이라면 나름 볼만한 영화인 듯 합니다.
예전 가벼운 느낌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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