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호러물인 <신체모음.zip>은 6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적어도 <서울괴담>이나 앞서 나온 <기기묘묘>처럼 한 명의 감독이 여러 이야기를 다루는게 아니라서 각기 개성있는 이야기를 한다는게 장점이다. 게다가 극중 메인 이야기인 <토막> 에피소드를 통해 나름 구심점과 각 에피소드간의 접점은 있는 편이라 뜬금없이 에피소드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편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메리트는 확실히 챙기고 있는 편이다.
다만, 그러한 메리트도 이 영화의 설정과 구성에서 오는 것이지 이야기의 질에서 본다면 여느 영화와 다름없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가장 큰 문제는 한정된 시간과 예산 내에서 뽕을 뽑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때문인지 종종 고어성에 많은 부분 집중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마디로 서사보단 보여주기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점프스케어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랄까. 그래서 이 영화에선 기본적으로 깔린 분위기가 있어서 그 분위기로 공포심을 공략하려고 애쓴다.
말 그대로 '애쓴다'. 그런데 보는 우리에겐 큰 감흥이 없고, 긴장감도 당연히 없다보니 이야기 전반에 걸쳐서 흥미보단 아쉬움과 궁금증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귀신을 보는 아이>에선 왜 갑자기 귀신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건지, <엑소시즘.넷>에선 왜 카톨릭 교단에 가서 요청하는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요청을 하는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향수> 또한 왜 그런 현상들이 생기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단편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짧은 이야기 속에서 기승전결은 갖추고 있어야 하고. 호러물이라고 해도 응당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 두 가지가 없다.
뜬금없이 귀신이 튀어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귀신이 튀어나온 이유는 알려줘야 한다. <주온>에서 '가야코'가 어쩌다 그 모양새로 저주를 걸며 죽여 나가는지, 드라마와 영화 모두 설명은 해준다. 다만, <주온>이 무서운 이유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저주를 걸어대며 죽여 나가기 때문이다. 분명 '가야코'가 억울하게 죽은건 알지만, 그 억울함 죽음을 공감하기도 전에 죽여버리기 때문인데.
<신체모음.zip>에선 연유도 없고, 원인도 없다. 둘 다 없으면 무서움이 배가 될거라고 생각한건지. 정말 짧은 시간에 쫓기면서 촉박해서 빼버린건진 알 수가 없다만. 보고 있으면 너무 편하게 다룬 느낌만 든다.
제한된 예산에도 나름 열심히 한 흔적은 보이고, 다양한 설정에 각기 다른 감독 덕분에 편차는 있어도 보는 재미는 있어서.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 나쁘거나 한 편은 아니다.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라고나 할까.
<토막>
감독: 최원경
출연: 김채은(시경), 정준원(재필), 이진희(어머니)
<악취>
감독: 전병덕
출연: 권아름(다희)
<귀신보는 아이>
감독: 이광진
출연: 강준규(도진), 강한샘(준호)
<엑소시즘.넷>
감독: 지삼
출연: 이유진(은기)
<전에 살던 사람>
감독: 김장미
출연: 조우리(지수)
<끈>
감독: 서형우
출연: 김민석(재석), 도연진(민지)
★☆ - 의도는 좋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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