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비롯해, <트위스터스>도 그렇고. 이번에 개봉한 <글래디에이터2>도 모두 속편이다. 그리고 25년에도 속편들이 대기 중에 있다. 이게 더 이상 아이디어 고갈의 문제인건지, 안전하게 전편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시도인지. 혹은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기획된건진 모르겠지만. 과연 올바른 현상인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일단 <트위스터스>와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모두 적당한 흥행과 평가도 괜찮았던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두 영화 모두 괜찮게 봤고. 그런데 <글래디에이터2>는 다소 애매한 느낌이다. 엄밀히 따지면 <비틀쥬스 비틀쥬스>도 애매하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트위스터스>와는 달리 이전 작품과 이번 작품 모두 감독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팀 버튼'과 '리들리 스콧'.
게다가 이 둘은 개성도 뚜렷한 감독들이다. 또한 오랜 시간 굴러먹어 잔뼈가 굵다. 그런 점에서도 '팀 버튼'과 '리들리 스콧'은 추구하는 장르만 다르지 비슷한 감독들이다. 그래서 두 영화 모두 전편을 봐온 상태에서 평하자면, 속편은 계륵 같은 느낌이다.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될걸 만든 느낌이다.
이는 <트위스터스>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감독이 '얀 드봉'에서 '정이삭'으로 변경되면서 좀 더 색다른 분위기로 나아간다. 플롯은 <트위스터>랑 동일한 듯 진행되면서 현시점에 맞춰 진행한 느낌이다. 그러니깐 '정이삭'은 플롯을 그대로 가져와도 애초에 전편의 '얀 드봉'감독과는 개성과 성향 모두 다르기에 다른 이야기 구조를 갖게 되어 색달라 보인다.
그에 비해 '팀 버튼'과 '리들리 스콧'은 은연 중에 전편과는 궤를 달리하고자 하는게 보인다. 아무래도 자기네들이 만든 이야기를 또 하고 싶진 않을테니깐. 그래서인지 그 중에서 '팀 버튼'은 전편의 특징만 살짝 가져와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더욱 이야기를 확장시켜 버렸다.
문제는 여기에서 새로운 캐릭터까지 등장시켜 넓이를 확장시켰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해 넓기만 할 뿐 깊이는 없어졌다. 그래서 '팀 버튼'의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보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감독은 <비틀쥬스>만의 B급 감성을 만들 수 있음을 은연 중에 과시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글래디에이터>를 연출했던 '리들리 스콧'은 어떠한가.
그도 '팀 버튼'과 마찬가지로 넓이를 더욱 확장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나이가 들었지만, 이런 액션 장면도 아직 연출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느낌이다. 또한 이야기도 전편과 다르게 갈려고 나름 애를 쓴다. 문제는 애초에 1편에서 끝난 이야기를 다시 끌고와서 정통성을 만들려고 하니 여기에서 갈등이 생겨버린다.
이번 본편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는 아버지 '막시무스'와 비슷한 길을 가면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1편의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인데. 당연히 감독은 이대로 가는걸 원치 않는다. 자기가 한 이야기를 또 하는 것 만큼 지루한게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영화는 여기에 추가 인물이 더해진다.
바로 '마르쿠스 아카시우스'다. 그는 '막시무스'가 원했던 '로마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또한 '루실라'의 뜻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심지어 '루시우스'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부재한 '루시우스'에게 '마르쿠스'는 가상의 아버지로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일차적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마크리누스'가 본격적으로 성장시키는 이차적 아버지가 된다.
문제는 '루시우스'가 세상 밖으로 나와 친아버지 '막시무스'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한다는 설정까진 괜찮은데. 이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두 존재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당장에 '마르쿠스'는 어찌보면 그의 행동은 전편의 '막시무스'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그가 하는 행동들에 대해선 이유도 없고 개연성도 막연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그는 '루시우스'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다 보니 한계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크리누스'는 자기가 로마를 정복하고 전복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마르쿠스'처럼 모호하지 않다. 다만, '마크리누스'가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진 가뜩이나 캐릭터가 다들 희미한데, '마크리누스'도 덩달아 끼어 있어서 다가오지 않는다. 이는 의도했겠지만, 후반부까지 명확한 인물이 없다보니 루즈함만 더 느끼게 만들 뿐이다.
그러면 '루시우스'가 있으니 명확하게 볼 수 있지 않느냐 하는데. 이게 참 문제인게. 당장에 '막시무스'와 같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존재인데다가, 그가 초반부터 가지고 있어야 할 사명감을 '마르쿠스'가 가지고 있다보니 후반부까지 그저 평범한 복수물 외엔 어떠한 성격도 지니지 못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들어서 '막시무스'에서 '마르쿠스'로 이어지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지만. 이땐 늦었다. 이미 '마크리누스'가 초반부터 서서히 쌓아올린 서사가 후반부에 터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루시우스'는 뒤늦게 수습하며 자신의 서사를 쌓아올리고자 하는데. 당연히 잘 될리가 없다.
그래서 다들 영화를 보고 나면 주인공을 맡은 '폴 메스칼'이 아니라 엉뚱하게 '덴젤 워싱턴'만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 있는게 아니다.
'루시우스'는 엄밀히 따지면 전편을 계승할 이유가 없다. 혈통을 제외하면 그냥 잘 살고 있었고, 정치와는 무관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계속해서 '루시우스'가 계승해야 할 마땅한 이유를 찾아내고, 이입시키느라 전체적인 흐름을 산만하게 만들어낸다. 전편의 덕목은 단순하였으며, '막시무스'가 싸워야 하는 이유까지 명확하게 관객들에게 이입시켜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속편은 그러한 명확성이 떨어지니 단순함도 멀어져 다루게 되는 사건도 많아지고, 이야기도 길어지게 되었다.
이게 유요하게 먹혔느냐 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저 산만함만 만들어내고, 캐릭터는 앞서 언급했듯이 얄팍해져 마지막 웅장한 육상과 해상전이 맞붙는 씬에서도 빛을 바래고 만다. 각 개인의 인물들 서사가 액션을 묵직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마크리누스'를 제외하곤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마르쿠스'에게 설득당하는 '루시우스'도 가벼워 보이고, '루시우스'가 공화정의 부활을 알리는 연설을 할 때, 과연 그의 서사는 그에 합당한 장을 마련했었던가 의문이 생기면서 마지막까지 공허함만 남는다.
결국 <글래디에이터2>는 전편의 정통성을 이어가는데 급급하여 모양새 빠지는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같은 말 반복하고 싶지 않은 '리들리 스콧'은 뭔가 색다름을 더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장에 캐릭터 서사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데다가, '루시우스'를 '막시무스'의 혈통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이야기를 만들지 않아 그 어떤 매력도 느낄 수 없는 캐릭터만 남게 되었다.
무려 24년 만의 속편이라고 하지만,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만든 순간 '리들리 스콧'에겐 그냥 숙제같은 느낌이었나 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밀린 숙제를 쳐내는 느낌만 들었으니깐.
그래도 인정할 수 있는건 여전히 화려한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팀 버튼'이나 '리들리 스콧' 모두 잔뼈가 굵은 감독답다. 다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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