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아가사 크리스티'의 희곡 <쥐덫>은 100번째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어 파티를 하는데. 그곳에서 <쥐덫>을 영화화하려던 '리오'감독이 살해 당한다. 이 사건을 맡게 된 '스토파드'경위와 '스토커'순경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씨 하우 데이 런>.
기본 내용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후더닛'장르의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상 까고 들어가면 '후더닛' 느낌보단 그냥 '후더닛' 느낌의 영화만 풍길 뿐이다. 오히려 영화의 연출은 '웨스 앤더슨' 느낌에 가깝게 그려지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한 헌사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더 하여 이 영화의 핵심인 사건은 '진 티어니'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적당히 웃기려고 애쓰는 영화다.
뭔가 흥미로운 것들이 잔뜩 들어간 듯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후더닛' 느낌만 풍길 뿐 실제론 그런 전개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스토커'순경과 '스토파드'경위간의 티키타카에 더 초점을 맞춰서 두 배우의 매력으로 어떻게든 해볼 심산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 영화의 의도가 명확하지 못하다는게 가장 큰 문제인데.
이 영화가 첫 장편 연출작인 '톰 조지'감독은 영국에서 TV드라마의 연출을 했으며, 이 영화 이후에도 TV드라마 연출을 계속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런데 '톰 조지'감독만의 스타일 보단 오히려 '웨스 앤더슨'감독의 스타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보는 내내 '톰 조지'의 영화인지, '웨스 앤더슨'의 영화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물론,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는 절대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전반적으로 느슨한. 그러니깐 '웨스 앤더슨'이 어깨에 힘을 뺀 후, 마음먹고 느슨하게 만들겠다고 하면 나올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그만큼 '웨스 앤더슨' 특유의 타이트하면서도 매 장면마다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없다. 그냥 비슷하게 시늉하고 있는거다.
그렇다보니 왜 '웨스 앤더슨' 느낌으로 만들었는지가 의문인 것이다.
그냥 어쩌다보니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노골적인 느낌이 난다.
또한,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지점이 또 있다.
연출의 불명확성 만큼 이 영화 전체를 꿰뚫는 핵심인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한 태도다.
영화는 분명 중반부까진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한 헌사로 이루어져 있다. 사건 소재가 <쥐덫>이고, 사건 용의선상에 오르는 인물이나, 밀실 살인. 그리고 이들을 꾸며주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설정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은 느낌이고, 그걸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이 영화가 '애거사 크리스티'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담아 만들었는지를 느낄 수가 있는데...
후반부에 '애거사' 본인이 등판하는 순간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깨진다.
그러니깐, '애거사'에 대한 애정이 절절하다고 느낄 즈음에 깐깐하고 인정없는 '애거사'를 등장시키면서 완벽히 깨부순다.
이게 의도한건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의도했다면 영화가 관객에게 '애거사'에 대한 애정을 완벽히 엎어버림으로서 제대로 반전 통수를 선사하는 셈이다. 심지어 '진 티어니'의 유명한 일화를 '애거사 크리스티'가 소설로 썼는데. 그 일화를 끌어와 이야기하다보니 '애거사'에 대한 애정은 전혀 없었음을 명확히 깨달을 수 있다.
가뜩이나 '애거사 크리스티'가 가장 비판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진 티어니'의 이야기를 <깨어진 거울>(62)이라는 소설에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인데. 이 일화를 <쥐덫>에 차용하여, 영화 전체의 사건으로 꾸몄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애거사'의 안티팬인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좋게 띄워주다가 막판에 엎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또 그런 느낌으로 결말을 맞이하지도 않는다. 그냥 '나는 너가 싫지만 적당히 타협해 줄께'라는 느낌이랄까.
영화 <씨 하우 데이 런>은 적어도 50년대 분위기와 좋은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 외엔 그다지 장점으로 작용되는게 없는 영화다.
이야기의 의도가 불명확하고, '시얼샤 로넌'과 '샘 록웰'을 내세우지만 이들의 매력을 크게 어필하지 못하며, '웨스 앤더슨' 느낌의 연출과 앵글은 더 어설프게만 보일 뿐 재미를 선사하진 못한다.
이쯤되면 이 영화가 영국과 북미에서 개봉 후 고배를 마시고, 국내에선 디즈니+로 직행했는지 여실히 알 수가 있다. 좋은 배우와 소재를 이렇게 써먹기도 힘들텐데...
참고로 감독도 더 이상 영화 연출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래도 TV드라마 연출은 하고 있으니 완전히 망한건 아닌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첫 연출작인데 어떻게 이런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출연시킨건진 의문이다.
★☆ - 출연진 1점, 배경 분위기 0.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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