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What Comes After Lov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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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일본에서 두 남녀 작가가 각각 캐릭터를 한 명씩 내세워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들려주는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인기를 얻어 2001년엔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했는데. 

이게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책과 영화 모두 인기를 얻었었다. 

소설의 제목은 <냉정과 열정 사이>. 

책을 안 읽었어도 영화는 봤고, 영화도 안 봤다고 해도 제목은 익히 들어봤을 제목이다. 

 

그리고 한국의 '공지영'작가와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가 비슷한 형식으로 쓴 소설이 2005년에 출간되었다. <도가니>등을 집필했던 '공지영'작가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츠지 히토나리'는 천여통이 넘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1년 동안 같은 이야기에 서로 다른 주인공으로 책을 써낸거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한일버전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고, 이후 다소 늦었지만 2024년에 6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공개가 되었다. 플랫폼은 '쿠팡 플레이'를 통해. 

 

 

 

이쯤되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두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가 누구인지가 더 궁금해지는데. 원작 자체가 절절한 로맨스이다보니 딱 어울리는 배우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난 후 원작 소설에 딱 맞는 배우가 있구나 싶었다. 

한국인이자 하고 싶은건 많지만 그저 갈팡질팡 중인 20대 초반의 '최홍'역엔 '이세영'이 맡았고, 소설가 지망생이자 '최홍'을 만나 한 눈에 반해버린 일본인 '준고'역은 '사카구치 켄타로'가 맡았다. 

각 개인으로 떠올리면 둘 다 잘 어울리는 비주얼에 연기도 잘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둘을 합쳤을 땐 어떨지 감이 안왔는데. 공개가 시작된 후 시청해보니. 잘 어울리더라. 두 커플이 진짜로 사귀어도 잘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초반부 과거 부분 이야기에서 '최홍' 캐릭터 자체가 그냥 K드라마 보는 느낌이어서 감흥이 없었으나. 현재 시점에서 이 둘의 우연한 만남은 또 다른 사건을 낳다보니 나름 흥미롭게 볼 수가 있었다. 

 

'최홍'과 '준고'의 첫 만남이나 일본에서 겪게 되는 과거 이야기는 그냥 그저그런 이야기다. 운명같으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서로의 오해로 차갑게 등을 돌리고 마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로맨스에 도쿄와 쿄토를 오가는 이쁘고 아름다운 배경이 더해져 이쁘기만 한 올드 K드라마 느낌이다. '이세영'이 맡은 캐릭터 자체가 통통 튀어서 전형적인 여주 스타일인데. 

 

현재로 넘어오면 이들은 헤어진 후 5년 만에 만나는데. 5년 동안 이들의 기억 혹은 추억은 다른 방식으로 쓰이고 있었다. '홍'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트렁크 속에 자신의 기억을 봉인한 체 그저 그렇게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기억 저편에 숨겨둔 과거를 애써 잊고 산다. 너무나도 태연하게. 

 

하지만, '준고'는 이를 글로써 승화시키면서 그리움과 후회와 잘못을 끊임없이 되내인다. 그땐 왜 그랬을까라고. 

'준고'와 '송민준'의 대화에서 외롭게 하지 말아달라는 '준고'의 부탁에 '민준'은 당연한걸 부탁하냐고 되묻는다. 

그렇다. 당연한거였다. 외롭게 해주지 않도록 하는게. 홀로 '준고'만 바라보고 있는 '홍'을 최대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곁에 있어줘야 했던거다. 당연한걸 당연히 못해낸 '준고'다. 

그러나 '준고'는 그 땐 열심히 돈을 벌고, '홍'과 더 좋은 곳과 더 맛있는걸 먹는게 '더'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와 이별하게 된 경위가 더해지면 당연히 말을 안하는게 더 좋은거라고 생각했던거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땐 맞다고 생각한게 시간이 흘러 지금 돌이켜보면 틀렸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릴 때가 많은데, '준고'의 선택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홍'은 알면서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음을 안다. 현재도 알기에 계속해서 봉인해 둔체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거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걸, 지금도 같이 있고 싶은걸 알기 때문에.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이렇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상 변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것은 변치 않는 마음. '사랑'의 후에도 후회도 없이 그냥 지속될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원작과 달리 약간 변화를 더 한다. 

 

우선, '최홍'과 '준고'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로 인해 '송민준'이나 '칸나' 캐릭터가 대폭 줄어든다. 이 둘은 각각 '최홍'과 '준고'의 옆에서 애정과 불안감을 모두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그러나 원작에 비해 드라마에선 다소 단순화시킨 케이스다. 적당히 가까이했다가 적당히 빠져주는 그런 캐릭터로 전락했다. 

이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볼 순 없다.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 속에서 총 6부작으로 압축해야 하는 이야기에 '민준'과 '칸나'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시리즈의 길이가 늘어나고 그만큼 더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텍스트와 영상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치기에 '민준'과 '칸나'도 포함된거다. 

 

덕분에 '최홍'과 '칸나'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베이스가 만들어져 이 둘의 절절함에 함께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이세영'과 '켄타로' 모두 이런 멜로드라마에 제격이라 할 정도로 눈물 연기가 뛰어나니. 그저 감탄하며 바라볼 뿐이다. 

 

 

 

이야기 자체가 통속소설의 전형이고, 절절한 멜로 구성은 그 어떤 것도 신선함은 없다. 

소설은 그럼에도 각 인물들의 성격과 공감할 수 있는 후회와 사랑을 다루면서 재미를 더 했다면,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에 이쁜 배경을 더하여 보는 재미에 집중했다. 

나름 이야기의 한계를 시각적 재미로 끌어당긴 셈이다. 

 

그래서 매 장면 장면들이 이쁘고, 배우들도 모두 호감형이니(악당이 없다) 이쁜 배경에 잘 어울린다. 그래서 보는 재미 만큼은 확실한데. 그럼에도 소설을 읽은 원작의 팬들에겐 실사로 구현되는 즐거움을, 원작을 읽지 않은 이들에겐 적당히 보는 재미에 알아가는 재미로 감상이 가능하다. 

캐스팅이 좋아서 보는 재미 만큼은 확실한 드라마다. 

 

 

연출: 문현성

극본: 문현성, 정해심

원작: 공지영, 츠지 히토나리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소담출판사)

출연: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 홍종현, 나카무라 안

 

사랑 후에 오는 것들 What Comes After Love, 2024

 

★ ★ ★ ☆ - 초반부는 개인적으로 그냥 재미가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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