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로물루스 Alien: Romulus, 2024> 애정은 알겠으나, 매력은 모르겠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Alien: Romulus 2024

 

감독: 페데 알바레즈

출연: 케일리 스패니(레인 캐러딘), 데이비드 존슨(앤디), 아치 르노(타일러 해리슨), 이사벨라 메르세드(케이 해리슨), 스파이크 펀(비요른), 에일린 우(나바로) 

 

 

줄거리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우루과이 출신의 감독이자 13년 <이블 데드> 리메이크와 16년 <맨 인 더 다크>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가 연출을 맡은 영화. '페데 알바레즈'감독은 어릴 때부터 <에이리언> 시리즈를 좋아한 팬이라고 하였는데. <로물루스>를 보고 있으면 <에이리언>시리즈 전반에 걸친 애정을 넘은 덕후임을 알 수 있다. 

 

내용은 '웨이랜드 유타니'령의 식민지 행성 '잭슨의 별'에서 '레인'은 합성 인조인간인 '앤디'와 함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이바가' 행성으로 가고자 하지만 좌절된다. 그 때 '타일러'가 떠도는 우주선을 발견했다면서 우주선의 냉동수면 포드를 빼돌려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그 제안을 수락한 '레인'은 '앤디'와 함께 '타일러' 일행과 궤도 근방의 우주선에 들어서게 되는데.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존재와 조우한다는 내용이다. 

 

 

 

덕력 과시용?

1편의 이야기에서 20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1, 2편 사이에 위치해 있는 작품이다. 1~4편까지 줄곧 '에이리언'이라고 불렀던 것이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제노모프'라고 불리며, 이미 고인이 된 1편의 등장 인물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CG로 만들어져 논란이 있긴 했으나, 유족과 합의되었단다. 

 

어쨌든 영화는 보고 있으면, 여러모로 <에이리언>시리즈에 관심과 애정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앞서 언급했듯이 애정을 넘어선 덕질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기존 <에이리언 1~4>을 넘어 게임과 <프로메테우스>까지 섭렵하고 있다. 이쯤되면 '델 토로'감독 못지 않은 성공한 덕후의 덕질 무비. 즉, 팬무비로 보일 지경이다. 

 

이야기 전개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만, 기존 시리즈의 대사와 장면들을 가져와 그럴싸하게 덧대어 보여주는데. 그럴싸해보이긴 한다. 하지만, 몇몇 장면들은 끌어와 붙이기 위해 굳이 없어도 될 장면들을 만들어 둔 것 같단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특히, 엘리베이터 씬에서 떨어지는 '레인'을 잡아 살려준 존재가 '에이리언'이고. '에이리언'이 '레인'을 붙잡은 이유는 '페이스 허거' 때문이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그냥 <에이리언3>의 한 장면을 복붙하기 위한 것으로만 보인다. 

 

또한, 캐릭터들은 평이해서 선명하게 들어오지 않는데. 그나마 '앤디'만이 인조인간으로서 지금까지 보여준 인조인간과 다른 표정과 행동으로 좀더 각인을 시킬 뿐이다. 그 외엔 그냥 젊은 패거리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줄곧 봐온 캐릭터만 존재한다. 

이쯤되면 감독은 그냥 자신의 덕력이 얼마나 높은가 과시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영화 같단 생각이 든다. 

 

 

감독이 잘하는 것

그래도 이 영화가 정말 덕력 과시용의 엉망인 영화는 또 아닌게, 오락성은 잘 챙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레인'을 비롯해서 '잭슨의 별'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행동이 당위성을 얻고. 관객들을 자연스레 집중하게 만든다. 또한, '페데 알바레즈'감독이 잘하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긴장감 있게 그려낼 줄 안다는 것이다. <이블 데드> 리메이크에서도 광활한 숲이지만, 결국은 오도가도 못하는 산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맨 인 더 다크>도 집 밖으로만 나가면 바로 일반적인 도심임에도 나아가지 못하고 집 안에서 사투를 벌인다. 

이번 <로물루스>는 또 어떤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 기지에서 벌어지는 사투다. 

 

그러니깐, 엄밀히 따지면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페데 알바레즈'감독이 좋아하는 <에이리언>시리즈를 가지고, 그가 잘하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서스펜스물을 만들었으니. 기본 이상의 재미는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다만, 그 재미 보장과는 별개로 <에이리언>시리즈로 봤을 때, 수 많은 레퍼런스의 향연인 이 영화가 이전 시리즈와는 차별되는 감독만의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칭송도 좋다만

분명, 애정을 가지고 만든 영화이니 애정만큼 재미있는 영화는 맞다. 심지어 시리즈를 모르는 이들이 봐도 그냥 넘어갈 수 있게끔 어렵게 만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잘만든 작품이란 생각은 또 들지 않는다는거다. 

 

<에이리언2>에서 '제임스 카메론'이 유일하게 전작의 유산을 존중하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끌어 올려줬었다. 뒤이어 감독들이 보여준 성취는 '제임스 카메론'에 버금가진 않지만, 각자 고유의 매력은 가지고 있었는데. <로물루스>의 '페데 알바레즈'감독은 당연히 '제임스 카메론'의 성취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과 더불어 그만의 매력이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레퍼런스의 향연을 그만의 매력이라고 하기엔 당장에 그러는 감독이 아닌데다가, 한정된 공간에서의 사투가 '페데 알바레즈'를 떠올리게 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제작사의 간섭으로 엉망이 되었다는 <에이리언3>의 '데이빗 핀처'는 적어도 중반까지는 음울한 도시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범죄 느와르의 느낌을 십분 살려줬다. '조나단'은 냉철하게 분석하는 수사관의 느낌까지 줬었고. <에이리언4>에서는 '장 피에르 주네'감독이 앞서 선보였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95) 등 프랑스 특유의 진하게 사용되는 몽환적 색감과 그로테스크한 '에이리언' 설정을 던져줬었다. 

 

'페데 알바레즈'의 <로물루스>는 그 중간에서 이전 감독들을 칭송할 뿐, 자신을 위해 뭔가 꾸밀 생각은 안한 것 같다. 물론, 오랜 팬으로서 이전 작품들에 대한 칭송은 좋지만, 너무 심한것이 이 영화의 단점이다.